정부가 지난주 유엔 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개선 촉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작년에는 결의안 상정 자체를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나종일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의 국회 증언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국민세금으로 월급받는 우리 외교관들이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애쓰지는 못할망정 왜 거꾸로 국제사회의 그런 노력을 저지하려고 뛰어다녀야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다 몇 년 전 중국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탈북자에게 “당신 세금 낸 적 있느냐. 왜 국가에 부담을 주려 하느냐”고 나무랐던 해외공관 직원의 사례 등을 떠올리면 북한주민들에게 과연 한국 정부는 어떤 존재가 되는가.

이번에 북한 인권결의안에 반대한 나라는 러시아 중국 베트남 쿠바 시리아 리비아 짐바브웨 등 10개국이다.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은 스스로 이런 인권 낙후국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지금이라고 이런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다. 나 보좌관이 “작년까지 저지노력을 하다가 올해 찬성으로 돌아서기가 뭐해서 불참했다”고 털어놓은 데서 전·현 정부의 내면적 관계가 솔직하게 드러난다.

북한주민들의 처참한 인권상황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반(反)민족적이고 반인륜적 태도이다. 인권개선 노력에 재를 뿌리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외교관이나 국민세금을 반민족적 행위에 동원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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