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6·25 50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남북간 군사위원회 설치와 불가침문제의 논의는 이번에는 뭔가 진척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싶다.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알 수 없지만 북한도 성의있는 자세로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군사문제 해결은 남북간 긴장완화의 핵심이다. 아무리 남북간 교류가 중요하고 이산가족문제 해결이 긴요한 것이라해도 이것의 해결없이는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없다. 서해에서 남북 군인들간에 해상교전이 벌어지는데 동해상에서 관광선이 금강산 관광길에 나섰던 작년 6월과 같은 기형적인 상황이 재연되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남북 정상간에 합의한 5개항에 이 문제가 빠져 있었다.

김 대통령은 이 점을 인식하고 이번에 군사위 설치를 우선적인 과제로 제기한 것이다. 지금까지 군사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의도적으로 우리 정부를 상대하지 않는 것이었다. 한국군 대표가 군사정전위원회의 유엔군 측 수석대표가 된 이후 북한이 이를 인정치 않았고, 이에 따라 지금까지 한번도 군사정전위가 열리지 않았다. 북한은 미군 측과의 비공식적인 장성접촉만 해오고 있다.

91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에도 남북간 군사공동위와 군사직통전화 설치가 포함돼 있고 이에 대한 부속합의서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 합의를 묵살해 남북간에 각종 군사문제를 다룰 수 있는 공동위가 지금껏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제의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을 끈다. 기본합의서에 따라 군사공동위를 가동시키자고 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군사위원회를 만들자고 할지, 아니면 우리 측 제의를 묵살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김 대통령의 이번 제의가 남북문제 개선에 대한 북한의 진의(진의)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북한의 긍정적인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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