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을 맞는 6·25전쟁 기념일은 공교롭게도 1950년 그날처럼 일요일이며 바로 내일이다. 6·25는 우리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전쟁을 도발한 북한까지 한민족 전체에 말할 수 없는 큰 재해를 안겨주었다. 그 재해는 인적·물적·정신적 모든 면에 걸쳐 엄청났고 컸다. 남북한을 합한 전사자·부상자·민간인사망자·피랍자·행방불명자 등 인적 손실은 무려 520만명 선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다. 이때 이산가족도 1000만명이나 발생했고, 상이용사들은 지금도 치유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신음하고 있다. 우리만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다. 유엔군의 인적손실도 15만여명이고 북한을 지원한 중공군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참전국들은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해왔다. 미국 행정부는 50주년 6월 25일부터 2003년까지 3년 동안 전쟁발발부터 휴전협정까지 시간대별 상황에 맞춰 전국규모로 대대적인 추념행사를 갖는다. 심지어 미국 프로야구도 25일 모든 경기장에서 참전용사들을 위한 식전행사를 갖는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4할대 타자 테드 윌리엄스 등 메이저리거들이 선수생활을 중단하고 참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했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후 갑자기 기념행사들이 축소되어 외국 참전용사들의 항의까지 받고 있다. 지난 22일 참전미국단체인 ‘한국전 프로젝트’는 남북 화해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 국방부가 당초 예정했던 참전용사들의 시가행진을 취소한 것에 유감을 표시했다. 우리 정부는 이날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 국내외 참전용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기념식을 갖고 남대문에서 광화문까지 시가행진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북화해 분위기를 고려해서 취소했다는 것이다.

역사는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화해’와 ‘기념’은 다른 것이다.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고 후대들에게 그날을 바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의무다. 6·25는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 되는 역사의 기념일인 것이다. 우리는 전쟁이 인류에게 얼마나 큰 죄악이며 한민족에게 얼마나 큰 멍에를 지웠는가를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6·25를 ‘기념’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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