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북한에) 국군포로는 없다”고 한 박재규(박재규)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그의 발언은 보기에 따라서는 국군포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수용하는 듯한 인상을 줄 우려마저 있다. 북한은 포로교환 당시 4만~5만명으로 추정되는 국군포로를 강제로 억류하면서 1만1000여명의 한국군 및 유엔군만 송환하고 더 이상의 포로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국군포로 송환 요구에 대해서도 “전쟁기간 중에 자발적으로 북에 남은 해방전사는 있어도 국군포로는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북한의 이런 주장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자발적 선택’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북한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가는 휴전 후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국군포로들이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발적 의사에 따라 북한에 남았던 것이 아니며, “아오지 탄광이나 정치범수용소에 갇혀있는 수많은 국군포로들이 한국정부가 대책을 세워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 장관은 국회에서 이들의 법적 문제는 휴전회담에 따라 이루어진 포로교환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귀환 국군은 전쟁 당시 총각들로, 그동안 북한에서 결혼해 아들 손자까지 낳아 살고 있어 지금은 포로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로가 북한여자와 결혼해서 자식까지 낳아 살고 있으면 포로가 아니라는 그의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국방부는 박 장관의 국회 발언 후 즉각 발표문을 통해 ‘국군포로 및 실종자 문제는 국가의 본분과 도리에 관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국방부의 발표가 아니더라도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 대해서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뒤늦었지만 국군포로 예우에 관한 법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미국은 반 세기 전 이국땅에서 싸우다 죽은 군인들의 유골을 수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한 각료는 수많은 국군포로들이 북에 버젓이 살아있는 것이 확인되었는데도 그들에 대한 정부 책임은 “법적으로 끝났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국군포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북한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고,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국군포로를 이산가족 문제로 우회해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그런 생각에서 박 장관이 그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주장대로 “국군포로는 없다”고 명시적으로 못을 박는 것은 기록적 측면에서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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