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관계에서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남북 당국자간 대화이며 다른 하나는 북한 지도층의 대남인식 내지 정책의 변화다. 우리는 주권국가로서의 남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을 일관되게 배격해왔다. 북한당국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최고지도자의 회담을 수용했으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인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남북정상의 만남 자체가 의미있는 것으로 보았으며 따라서 총체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 끝내 회담을 이끌어 낸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도 높이 평가한다.

북한지도층의 대남인식이나 상황대처가 과연 변화하고 있느냐에 대해 우리는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시간의 단독회담, 남쪽대표단에 대한 북측의 환대, 그리고 남북한 현안에 대한 솔직한 의견교환 등은 남북관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며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시작으로 삼기에 족하다.

우리는 이런 긍정적 평가와 아울러 이러한 관계가 공동선언 5개항의 이행과정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남북은 과거 당국자회담에서 이번 공동선언에 못지않은 내용들을 합의해 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곧 휴지화되곤 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진정 변화하고 있느냐는 것을 확인하려면 앞으로 5개항의 이행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만일 북한이 형식면에서 또는 전술적으로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내용면에서 또는 본질적으로는 대남인식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남북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안전은 요원하다는 우려를 갖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표면에 나타난 북한의 변화와 현실인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다만 앞으로 북한이 실체적으로 변화할 것인가의 여부에 대해서는 어떤 쪽으로도 예단하지 않고 지켜볼 것이다. 이번에 방북하고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대표단의 활동이 한반도 역사에서 자랑스럽게 기록되기 위해서는 공동선언의 후속조치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에 달려있다는 인식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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