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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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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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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 55년 만에 남한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예우는 정중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권력실세들을 모두 대동하고 순안비행장까지 마중나왔고, 양쪽 정상들이 같은 승용차를 타고 나란히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두 정상은 차안에서 50분 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았으며 김 대통령이 영빈관에 도착해서도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북한의 이러한 정중함이 14일에 있을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에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손님에 대한 영접과 실제회담에서의 태도가 다른 것이 지금까지의 북한행태라고 보기도 하지만 이번만은 북한이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성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믿고 싶다.

남북정상회담은 남한에만 의미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에 더 귀중한 기회일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는 남한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북한에도 절실한 것이다. 현재의 북한의 궁핍이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를 규명해보면 북한에 왜 평화가 필요한지는 자명해진다. 70년대 초반부터 남북한의 경제력이 역전되었는데도 북한은 군사력 강화에만 전념했고 지금은 핵과 미사일 문제로 세계적인 주시를 받고 있다. 그러는 동안 북한주민들은 피폐할 대로 피폐했고 탈북자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다시말해 북한의 경제적 낙후와 주민들의 궁핍문제는 구조적이다. 그것은 현재의 북한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는 한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북한은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반도 평화가 이룩되고 남한의 무력증강이 없어야 한반도 안정이 온다는 도식적인 주장을 수십년간 되풀이하고 있다. 이제 남쪽이 도와주기로 작정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북한은 국력을 경제로 돌려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상유지적 평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길 바란다.

평양에서 만난 양쪽 정상이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기’로 합의하면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가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군사비용을 줄이고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어 현재의 북한의 어려움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쪽 정상이 자주 만나야 하고, 당국자간의 실질적인 만남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 등 현안을 하나 하나 해결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일방적 도식적인 주장을 통해서는 결코 이룩할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 성공 여부는 남한에 못지않게 북한이 얼마나 생존적·공존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열린 자세를 갖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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