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이 23일 해군사령부 명의로 ‘5개 섬 통항질서’ 발표를 한데 대해 외형상 차분하게 대응하면서도 앞으로 남북관계 전반에 끼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은 북한의 선언이 일단 꽃게잡이철을 앞두고 경제적인 실리를 추구하고 대미(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엄포용’으로 보고 있다. 5,6월 본격적인 꽃게잡이철이 되면 지난해처럼 어선을 내려보내 어장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것이다.

또 지난주 베를린 미·북 고위급 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앞으로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이같은 선언을 했다는 분석이다. 북측은 이날 발표문에서 한국군에 대한 언급 없이 적용 대상을 ‘미군과 민간 선박’으로 한정하는 등 주로 미군을 겨냥했다.

정부는 따라서 지나치게 예민하게 대응할 경우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북한의 향후 태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이 인민군 총참모부가 아닌 해군사령부 명의로 발표한 데 맞춰 우리 군의 발표 수위도 합참이 아닌 해군본부로 낮췄다.

군 당국은 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 이날 오후 정영진(정영진·육군중장) 합참 작전본부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서해5도 지역에 경계강화 지시를 내리는 한편 이 지역의 여객선 및 어선에 대한 보호를 강화했다. 지난해 연평해전 직후 북한 김정일이 “1년의 기한을 줄테니 패전을 설욕하라”고 군부에 지시했다는 첩보가 우리 정보당국에 입수됐었으며, 북한 해군은 올 겨울 해상 기동훈련을 지난해에 비해 20~30% 강화했었다.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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