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이 오래 전부터 이곳에 태극기를 걸어놓은 것은 나라의 ‘근본’을 가르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태극기를 통해 나라사랑을 배우고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다짐하도록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무슨 행사 때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교육받아온 이 학교 학생들이 어느 날 북한 어린이들이 온다고 해서 허겁지겁 태극기를 내리는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행사 주최측은 작년 리틀엔젤스 합창단의 평양공연 때 ‘양국 국기’를 걸지 않기로 합의한 연장선상에서 이번에도 그렇게 하기로 했기 때문에 국기를 내리게 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공식행사 때나 공연장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지, 단순히 시찰이나 방문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니란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실제 북한예술단이 무용실에 들르기 전 이 학교가 주최한 간단한 환영회장엔 태극기가 걸려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무용실 태극기를 급히 내린 것은 아마도 북한측의 ‘항의’가 있었던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주체성이 없어도 어떻게 그렇게 철저하게 없을 수 있단 말인가. 무슨 조치가 있어야 한다.
나아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 현대측은 얼마 전 민주당 금강산 관광단을 수행한 기자들 가운데 북한이 ‘한국’이라는 우리 국호를 싫어한다고 해서 일부 신문의 멀쩡한 이름을 H일보, H경제신문 등으로 표기해 북한측에 방문신청을 냈다고 한다. 우리가 정상회담을 하고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나라가 정말 어디로 흘러갈지 한없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