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대표단에 민주당·한나라당·자민련 등 3당 대표를 1명씩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모양이다. 정부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은 민족문제를 다루는 회담이고, 민족문제는 가능한 한 우리의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표단 구성부터 초당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취지인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생각은 사려깊은 것이라 볼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측의 최고 통치자가 참여하는 당국자 회담이다. 양측 당국을 대표하는 최고위층의 만남인 것이다.

이런 당국자 회담에, 그것도 북한과 사전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만 정당 대표를 참석시킨다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고 격도 맞지 않는다. 자칫하면 북한이 지금까지 끈질기게 요구해온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의 모양새만 갖춰주어 회담의 성격을 이상하게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

내용상으로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이 ‘민족문제를 다루는 회담’이라고 성격규정을 하고 있지만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 이유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그것이 경제난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었는지, 아니면 이 기회에 주한미군 철수와 보안법 철폐 등 그간의 대남전략상의 필요를 일부 섞은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상회담 준비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뿐더러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여러 차례 밝혔듯이 한꺼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으며, 또 그런 기대를 가져서도 안 된다. 이번 정상회담이 ‘불씨’가 되어 앞으로 경제회담·군사회담 등 여러 가지 당국자 회담으로 이어지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또 만에 하나 정상회담이 우리가 예상했던 방향과는 달리 흘러갔을 때, 그 회담에 야당까지 참여했다면 우리는 다른 대안을 갖지 못한 꼴이 되는 것이다. 뒤늦게 ‘다른 목소리’를 내보았자 그때는 너무 늦는 것이다. 그래서 야당 등 모든 다른 정치요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국회회담 운운하며 벌써부터 김칫국부터 마시고, 한나라당의 어느 부총재는 정상회담 대표로 참석하고 싶다는 강한 의사까지 내비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신중치 못한 처사다. 제발 인기게임 좀 그만두고 한발씩 앞서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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