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이재정)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남북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서 한 발언과 그 보도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비전향 장기수 북송을 검토중이고, 해외 반정부인사들의 입국을 허용하며 간첩을 제외한 공안사범들의 사면·복권도 추진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의 발언은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북한 비위 맞추기’ 행동으로 비춰질 소지마저 있다. 특히 비전향 장기수를 송환하겠다는 것은 우리가 지켜온 가치의 정당성에 심한 혼란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민주당은 그의 발언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재야출신인 이 의장의 개인의견”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그의 발언내용은 적어도 이 의장이 대변할 수 있는 측에서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구체성을 띠고 있어 전혀 개인의견만은 아닌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을 향한 ‘출발’이 이런 수준이라면 회담의 전도는 밝지 않으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다.

사건이 확대되자 이 의장은 20일 오후 해명문을 내고 자신의 비전향 장기수 북송문제는 북한에 억류된 포로와 납북자와의 교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전향 장기수는 우리 체제를 파괴하거나 전복하기 위해 남파되거나 자생적으로 간첩활동을 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또 끝까지 남한체제를 인정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때문에 가치론적으로 말하면 어떤 이유로든 그들을 송환해서는 안된다. 억울하게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납북자나 포로 등과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현재 북한에는 길게는 수십년이 넘게 자신의 의사에 반해 억류된 납북어부 등 납북자만도 441명에 달하며 국군포로는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의장의 해명대로라면 백보를 양보해서 이들의 상호교환 차원에서 논의해 볼 수는 있는 문제이기는 하다.

다만 우리 사회 일각의 병폐는 납북 어부 등 우리측의 억울한 사람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북한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푸는 것이 ‘민족적이고 인도주의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북으로 송환한 이인모를 북한이 어떻게 다뤘으며 우리 사회에 얼마나 허탈감을 남겼는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당국의 해명처럼 이것이 이 의장의 사견이라 해도 집권당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사견이라는 해명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그의 발언이 여론 떠보기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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