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 송금의 진상이 밝혀지면 북한 정권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그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특검제를 무산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대남 위협을 되풀이해온 북한이 이번에는 야당의 대북 지원 밀약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밀약설의 사실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북한의 의도가 남한 내부의 정쟁(政爭)을 유도하면서 특검제에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것임은 쉽게 짐작이 간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특검제를 막기 위해 남쪽을 향해 내정간섭적인 협박을 하면 할수록 국민적 의혹과 궁금증, 그리고 특검제의 당위성도 더불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최근 대북 송금액의 상당 부분이 ‘배달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북한의 핵심 관련자가 비밀 처형당했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고, 북한이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이것이 북한의 대남 위협적 태도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북한의 위협과 궤변이야 그들 나름의 계산과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치부하더라도, 문제는 우리 정치권이 스스로 북의 간섭을 자초할 여지를 만들어 주고 있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특검제를 놓고 여야가 지루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틈새를 북한이 파고 들면서 남한의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북한의 의도에 남한 정치권이 휘둘리고, 나아가 남북관계가 일대 혼란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특검제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대북 밀약설은 그것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남북관계의 투명성을 확립하지 않고는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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