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오는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경제협력분야 가운데 물류비용 절감과 남한전력의 북한송전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비용을 상대적으로 적게 들이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판단에 동의하며 그런 협력이야말로 서로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남북의 육로개통이다. 도로와 철도가 완전개통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민간교류 활성화로 남북간에 위탁가공업이 상당히 활기를 띠고 있으나 과다한 물류비용으로 국내업체들이 적자를 보고 있다. 위탁가공제품의 경우 물류비용이 20피트 컨테이너기준으로 1000달러 정도로, 유럽지역 수출 물류비용과 맞먹을 정도이며 이 때문에 국내에 반입되는 북한산 TV는 대당 32달러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은 남포(남포) 등 항만시설의 불비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해상수송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현재의 운송구조 때문이다. 이를 컨테이너 트럭을 이용한 도로교통 상설화와 끊어진 남북철도를 이용하면 물류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음은 물론 장차 시베리아 개발이나 중국에 진출할 때 여러 가지 경제적 이점이 있다는 게 재계의 생각이다. 따라서 남북경협 논의에서 판문점을 통한 도로개통과 경원선·경의선 철도 복원이 우선적으로 논의되길 바란다.

도로나 철도를 개방하되 화물운송에 국한되어 북한 내부가 노출될 우려도 없을 뿐 아니라 북한은 당연히 도로 및 철도 사용료를 받게 돼 손해볼 것이 없다. 또 장차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이 합쳐 시베리아 개발에 나선다면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이 높을 뿐 아니라 거기다 물류비용까지 대폭 줄일 수 있어 남북 양쪽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재계의 의견이다.

재계가 남한전력의 북한송전을 우선 협상대상의 하나로 주장하는 것은 품질이 나쁜 북한전력으로는 제품생산, 특히 첨단제품이나 고급제품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전시설 확충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보다 남아도는 남한전력을 해주 등 군사분계선 인근에 조성할 공단에 송전하게 되면 제품생산을 조속한 시일 내에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경제협력에서 농업구조개선, 발전시설·통신시설 개선 등의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사회간접자본사업에 앞서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효과가 큰 사업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재계의 의견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