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레이스도 막을 내리고 후보들은 이제 ‘최후의 심판’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마디로 진인사대천명(진인사대천명)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진인사(진인사)’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온갖 ‘짓거리’까지 총동원해 인사(인사)의 명(명)을 끊은 진인사였다는 것이 더 옳은 해석이리라. ▶선관위에 적발된 불법사례 건수만 지난 15대 총선에 비해 3배나 늘었다는 사실이 그 점을 한 마디로 설명해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처음엔 여러 후보들이 동화상(동화상)까지 뜨는 홈페이지를 개설한다, e메일을 활용한다 해서 본격적인 ‘사이버 정치’가 도래한 것 같았다. 그리고 시민단체의 등장으로 정말 선진적인 선거가 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한동안 일으켰다. ▶그러나 각 당이 이번에도 막판 돈봉투를 적발하기 위해 특별기동대를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결국 “변한 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되뇌게 한다. 돈봉투나 관권(관권) 등 ‘원시(원시)’로부터 첨단적 사이버 선거까지 다양한 메뉴로 진인사(진인사)하긴 했으나 본질에서는 여전히 ‘저질(저질)’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해서 우리 유권자의 수준까지 과거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몇 가지 관전(관전)포인트가 있어 그나마 심심치가 않다. 이번에 민주당과 한나라당 어느 쪽이 제1당이 될 것인가, 낙선운동의 영향은 어떻게 나타날까, 지역주의 이탈지역은 몇 군데나 될까… 하는 것들은 물론 4·13 총선의 주요 관심거리다. 그러나 좀더 예민한 관전거리도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최근까지 첨예하게 경합하던 지역에서 결국 어느 당이 이기느냐에 따라 우리는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북한변수’의 약효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386후보들의 당선율이라든지, 한나라당 이탈자들의 당락 여부라든지, 젊은 세대의 참여율에 따라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술(사술)이나 책략이 아닌 ‘정도(정도)’만이 승리의 첩경이었구나라는 결과가 나타날 때 우리 유권자들의 수준은 정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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