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의도성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려 늦게 성명을 내게 됐습니다.”
국방부는 7일 오전 지난 2일 발생한 북한 전투기의 미 정찰기 위협비행 사건과 관련, 대북(對北)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난 뒤에야 성명을 낸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성명은 대통령 주재로 6일 열린 통일·외교·안보 분야 장관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이 강하게 필요성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은 우리 정부가 사건 직후 보인 태도나 정보분석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지난 4일 사건이 알려진 직후엔 “미·북 간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측이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며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했었다. 북한 도발의 의도성을 판단하는 데 며칠씩이나 걸렸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보다는 우리측이 보인 태도에 대한 미측의 강한 불만이 감지되자 뒤늦게 성명을 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국측은 노 대통령이 최근 영국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너무 나가지 말라”고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찰기의 활동은 북한 핵시설 재가동, 미사일 재발사 움직임 등을 감시, 한반도 안보를 위한 것이고, 수집된 정보는 한국군에도 대부분 전달되는데 마치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강경행동을 하는 것처럼 한국 내에서 비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한·미 공조와 대북 화해협력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저울질하다 실기(失機)한 ‘뒷북성명’을 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 庾龍源·사회부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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