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성(宋大晟)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새 정부가 출범하였고 새 봄이 오고 있는데도 많은 국민들 가슴속에는 나날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깃발을 높게 올리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새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하고, 기존 가치관들을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나날이 수많은 개혁조치들을 발표하고 있는데도 많은 국민들은 희망과 꿈을 갖고 참여 쪽으로 성큼 달려가기보다는 무엇인가 불안한 마음을 갖고 머뭇거리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국민들을 머뭇거리고 불안하게 하고 있는가?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은 많이 있을 수 있다. 북한의 비밀 핵개발이 공개된 이후 북한의 이판사판식 강박(blackmail) 행위, 북한 핵 포기라는 명분하에 미국의 계속되는 북한 목조이기(strangle), 북한 전투기와 미국 정찰기 간의 일촉즉발의 위협적인 조우비행(遭遇飛行), 유사시 북한 폭격을 목적으로 괌에 미군 폭격기 24대 이동배치, 일전불사를 부르짖는 북한의 전쟁의지 고조, 주가 곤두박질과 많은 경제지표들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는 경제전망, 서로 답답하다고 가슴을 치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 등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수많은 요인들 가운데서도 가장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핵심적 요인은 우리 사회에 확산돼 있는 반미친북주의(反美親北主義)라고 할 수 있다. 반미친북주의가 핵심적인 불안요인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반미친북주의는 우리의 안보역량을 근본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안보역량은 근본적으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한다. 모든 국정과제 중 군사제일주의를 최우선 과제로 택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미군 역량을 떼어낸 한국군은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둘째, 반미친북주의는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이 전면적 무력침공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의 민족애(民族愛) 때문이 아니고 튼튼한 한·미공조라는 틀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반미친북주의는 많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지난날 역사적인 은혜를 모르는 괘씸한 한국인’이라는 섭섭한 감정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감정 증폭으로 한반도에서 미군철수와 함께 ‘미군 떠난 한반도에서 한국인들에 대한 애정 없이 마음껏 전쟁할 수 있다’는 미국민들의 정서가 커지고, 미군 떠난 남한에 대해 북한이 혹시 ‘딴마음’을 품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셋째, 반미친북주의는 우리 사회 곳곳에 이적성문화(利敵性文化)를 심화시켜 북한의 무혈입성(無血入城)을 가져올 것 같아 불안하다. 북한의 무혈입성은 자유민주자본주의 고수라는 국체(國體) 및 정체(政體)를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멸망을 의미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끝으로, 반미친북주의는 선(善)과의 공조를 청산하고, 악(惡)과의 공조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하다. 미국은 이 지구상에서 합리성, 자유, 인권, 효율성, 인간다운 삶 등이 상대적으로 가장 존중되는 문화와 역사적인 전통을 갖고 있고, 세계 최강의 국력과 세계 최고의 안보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와 반대로 북한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합리성, 부자유, 비인권, 빈곤과 기아, 기행과 괴행, 비인간다운 삶 등이 도사리고 있는 악의 현장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의 공조는 문화적으로 성숙되고 안보역량 면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소위 민족공조는 순수한 의미에서 민족공조가 아니고 질적으로 사악한 문화 및 정권과의 공조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반미친북주의를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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