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시민연대’가 낙선대상자 86명의 명단과 그 사유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낙선활동을 전개키로 했다. 총선연대는 그중에서도 당선가능성이 높거나 경합중인 후보 22명에 대해서는 특별히 해당지역에 집행부 요원을 상주시키며 서명활동을 벌이는 등 낙선운동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총선연대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낙천대상자 명단을 발표한 바 있고, 이번에 선정한 낙선대상자 대부분이 중복돼 있어 ‘명단’발표 자체의 추가적인 파괴력이 어느 정도나 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거기에 포함된 당사자들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특히 야당들이 이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쪽의 피해가 더 크리란 짐작을 낳고 있다.

낙선대상자 선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해 야당들이 논란을 제기하고는 있으나, 유권자들이 때묻지 않은 인재를 뽑도록 함으로써 정치정화에 기여하려는 그 취지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동까지 정당화해서 감행하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는 깊이 한번 되새겨볼 일이다. 중앙선관위와 검찰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시민단체가 낙선대상자 명단을 선정하고 발표한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며 일정한 범위내에서는 구체적인 낙선운동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유세장에서 도구없이 구호로 하는 낙선운동, 단체회보를 통한 반대후보 고지행위, 전화나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선거운동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총선연대는 “합법적인 틀에서만 머물러 운동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해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병무비리, 납세비리, 전과(전과), ‘북한특수(특수)’등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으로 어수선한 판에 시민단체마저 위법행위를 불사한다면 이번 선거는 극도로 살벌하고 혼미해질지 모른다. 시민단체가 법을 지키지 않을 때 후보나 정당은 한술 더떠 불법·탈법행위를 자행하며 반전을 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총선연대로서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시민단체로서는 ‘양심적 반대행위’와 ‘시민불복종’ 운동의 정당성을 확신할 것이다. 그러나 효과와 결과의 후면에서 그로 인해 더 큰 갈등과 충돌만 증폭돼 상황이 뒤죽박죽 돼버릴 경우 그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런 점을 깊이 생각해서 법 테두리 안에서 시민운동의 취지를 살리며 공명선거가 되도록 분위기를 이끄는 것이 보다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선관위와 검·경도 공명정대한 원칙을 일관되게 천명하고 설득해야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무원칙으로 선거판의 혼선을 증폭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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