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의 장면은 참으로 특이했다.

라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된 것이다. 노 대통령이 “…투명하게 하는 것이 좋다. 남북관계는 투명성과 원칙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에 밝힐 수 있으면 밝히라”고 라 보좌관에게 말했다는 것이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라 보좌관이 오후 브리핑에 나가서 사실이 아니라면 공식 입장을 설명하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라 보좌관은 “내가 직접 나가서 하는 것이 별로 적절하지 않고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공개를 요구했는데, 보좌관이 거부한 셈이 됐다. 더 관심을 끄는 대목은 거절 이유다. ‘적절하지 않고…”라는 부분은 주관적 판단이므로 그렇다 치자. 그러나 또 다른 이유로 라 보좌관이 ‘국익’을 든 것은 그냥 넘길 수 없다.

만약 라 보좌관이 정말 중요한 일로 북한 사람을 만났다면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것이 명백하고,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공개를 요구한 데는 국익과 무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관측이 맞다면 노 대통령과 라 보좌관 간 국익의 해석에 관한 공감대조차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라 보좌관이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대북 비밀 접촉을 시도한 것도 볼썽사납다. 지금 국내는 외국에서의 비밀접촉으로 시작돼 대북 비밀송금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에 대한 특검제 문제로 시끄러운 시기이다.

게다가 바로 이 사건과 관련해 국익을 앞세워 해외 부분은 조사하지 말자고 주장해 온 게 현 정권이기에, 이 정권 역시 비밀 접촉을 통해 또다시 무엇인가를 하려는 것이나 아닌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 崔秉默·정치부차장대우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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