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그의 말대로 ‘가장 권위있는 곳’으로부터 들었다고 하더라도 ‘비밀접촉’의 성사를 위해서도 그런 것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책임있는 여당대표가 취할 태도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앞장서 ‘북’을 치고 있는 듯한 모습은 누가 시켜서 한 심부름 같아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는 정부 고위당국자도 아니고 남북회담 대표도 아니며 여당의 대표일 뿐이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총선 후의 북한특수(특수)’발언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나마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은 서 대표가, 지난 2일에 이어 3일에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통령 발언보다 훨씬 앞서나간 내용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선거를 의식한 인기발언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심지어 여권 및 정부 일각에선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으면 북한이 정상회담 등 당국간 대화에 응하기로 했다”는 말까지 흘리고 있다. 북한이 남한정권의 안정을 바라고, 남한에 안정정권이 들어서면 정상회담에도 응하기로 했다는 발언은 북한의 지금까지의 대남행태로 보아 신빙성도,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말이다. 북한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런 것을 흘리는 여당의 태도는 선거에 너무 혈안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돌발상황이 아니면 대북문제를 선거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대북문제를 국내정치에 끌어들이면 남북문제가 정파(정파)의 이해에 좌지우지되어 객관성과 중립성을 잃을 우려가 있으며 전략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남북문제가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타협적 태도가 문제였지만 국내 정치세력들이 걸핏하면 남북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김 대통령도 야당시절엔 남북문제의 국내정치 이용을 누구보다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선거를 앞두고 과거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우리 정치에 개선과 진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