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당국자 회담의 본격적인 추진방침을 거듭 천명하면서 선거후 ‘중동 특수(특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북한 특수가 있을 것이며, 특히 중소기업들에 상상할 수 없을 규모의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그 실현가능성과 언급의 시의성(시의성)에 대해 기대 못지않은 의문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중동 특수를 뛰어넘는’ 북한 특수가 이뤄지고 중소기업 등에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투자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같은 폭발적 특수와 중소기업 투자확대는 북한경제의 전면적인 개방과 개혁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경제개방이 몰고 올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제까지 경제개발을 미뤄온 북한이 남한기업들에 대해 마음껏 특수를 누릴 수 있도록 개방하리라는 것은 ‘바라던 바지만 너무나 성급한’ 것이 아닌가 궁금해진다.

또 우리는 북한에서 중동과 같은 특수가 일어나리라는 기대의 근거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아직은 의아스럽다. 우리가 70년대 중동에 한때 20만명 이상의 건설근로자들을 파견해 오일달러를 벌어올 수 있었던 것은 중동국가들에게 석유 생산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외화가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북에는 그와 같은 외화의 여유가 없다. 그들이 그 동안 넉넉한 외화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식량난도 에너지난도 다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시설 건설에 적극 참여하는 문제도 그렇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북한경제 사정으로는 천문학적인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재원 마련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은 혹시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IBRD) 등 국제 금융기구의 차관제공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나 그 동안 많은 차관 원리금상환 불능에 따른 국제신인도 하락 등 북의 컨트리 리스크로 인해 새로운 투자와 차관 유치는 대단히 어렵다. 또 국제 금융기관들이 대북차관에 나선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지급보증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중소기업들의 대북투자도 쉽지가 않다. 우선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투자환경을 무릅쓰고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대북투자를 지속하리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대북투자에 앞서 투자환경의 법적·제도적 정리와 뒷받침을 서둘러야 하며, 투자환경에 대한 세심한 조사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이와 같은 장밋빛 대북 전망을 발설하는 것이 시의적으로 적절한가도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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