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민족대회'에 참석한 북측 오경우 조선그리스도교연맹중앙위 서기장(오른쪽)이 2일 서울 소망교회 주일예배에서 곽선희 목사로부터 성경을 선물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 소망교회.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 민족대회’ 종교 행사의 하나로 북한의 개신교 대표단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일 2부 예배가 시작됐다. 기도와 설교, 헌금 등이 끝나고 곽선희 담임목사가 북한 대표단을 소개했다. 북한 여성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이어 오경우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서기장이 단상에 섰다.

오 서기장의 인사말을 듣던 교인들은 “우리 민족끼리 공조하고 힘을 합쳐서 통일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부분에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을 핵 공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그만해’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 ‘내려가’라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소란이 계속되자 오 서기장은 체념한 듯 연설을 마무리짓고 단상을 내려갔다. 예배가 끝난 후 한 장로는 “신성한 교회 강단을 정치 선전의 무대로 이용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일 오후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는 ‘3·1 민족대회’의 본행사가 열렸다. 대표연설을 통해 북한측 단장인 장재언 조선종교인협의회장이 “북과 남은 전쟁을 할 이유가 없다. 한반도를 핵 위기로 몰아넣는 외세에 맞서 민족자주로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외치자 남한측 민화협과 통일연대 관계자들이 앉은 자리에서는 ‘옳소’ ‘맞습니다’라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번 행사는 지난 1월 말 북한측의 제의에 의해 갑자기 마련됐다. 북한은 3·1운동(1919년)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아왔다. 김일성(金日成)이 민족운동에 등장(1926년)하기 이전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올해 공동 기념행사를 들고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주말 서울시내 곳곳에서 울려퍼진 자주(自主)와 민족 공조, 외세 배격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李先敏·문화부 차장대우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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