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의 여·야 공방이 궤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고 있다. 여·야간 말싸움이 이제는 그나마의 ‘논리학’마저 팽개쳐버린 채 억지와 부풀리기 흑색선전 일변도 속에서 시정잡배 뺨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런 식으로 관권선거가 계속되면 총선 뒤 하야(하야)요구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발언은 결국 돌고 돌아 ‘헌정 문란행위’ ‘쿠데타적 발상’으로 여당에 의해 반격당했고, 야당의 국가부채·국부(국부)유출 문제 제기도 결국은 ‘반국가적 행위’라는 규탄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서해5도 통항질서’ 운운의 북한 도발사태에 대해서도 여권은 ‘그간 안보를 돌보지 않는 한나라당의 당리당략적 주장이 북한을 자극한 탓’이라는 논리로 야당에 그 책임의 일단을 돌리고 있다. 이런 일련의 장군멍군식 극한발언들은 여·야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돌리기 어려울 만큼 서로 말꼬리를 물고 물리며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하야 운운만 해도 이회창 총재가 좀더 표현을 다듬었더라도, 그리고 YS가 김대중 대통령을‘네로황제’에 비유하며 “하야하라”고 말하지만 않았더라도 이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YS의 이 발언 또한 민주당이 병역문제 등을 들어 이 총재와 함께 YS에게도“국내에 살 자격이 없다”는 극언을 한 것에 자극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요즘 선거판의 이같은 저질 말싸움은 초반의 지역감정 불지르기 같은 퇴영적 대결상이 모처럼 정책대결 공방으로 바뀌는 듯하다가 다시 방향을 틀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저질판’으로의 재(재)전환은 어쨌든 여·야 각당의 전략전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부유출 문제 같은 이슈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병풍(병풍)과 관권선거’ 공방 등으로 전선(전선)을 확대하는 게 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을 여·야 모두가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술(사술)’로 승리하는 선거는 여·야 어느 쪽에든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저질선거판을 다시 정책논쟁으로 바꿔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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