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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베를린 선언’에 ‘통항로’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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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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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대중 대통령의 대규모 경제지원 제의와 남한총선(총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이번 시도는 북한군부(군부)가 작년 9월 연평해전에서 패배한 데 대한 보복조치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획정해 발표한 데 이은 조치로, 상당히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50년간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해온 해역에 일방적으로 통항로(통항로)를 지정해 그곳 이외의 선박통행은 물론 항공기도 다니지 못하도록 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영해와 영공침범’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에 없이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이러한 도발을 감행한 것은 그렇게 할 경우 외교·경제적으로 상당한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당장 4월부터 실시되는 꽃게잡이 어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꽃게는 북한군부의 가장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인데도 그동안 북방한계선 이남으로의 진출이 어려워 어획량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왔다. 이번 조치는 필요하다면 강압적인 방법으로라도 어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험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베를린 선언 이후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인식에 젖어 있는 현정부에 ‘강공책’을 구사해 남한총선에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그 반응을 떠보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도발은 북한이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는 정전협정 무력화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어떤 형태로든 분쟁을 일상화해 한국을 제외한 채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것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추구해온 전략의 핵심이다. 이번 조치 이후 미국이 벌써부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나서 북한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측의 이같은 무절제한 행동은 기본적으로 우리를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군당국은 말로만 “좌시하지 않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단호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꽃게잡이 어선들이 자유롭게 조업을 할 수 있고, 민간여객선이 아무런 제약없이 다닐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함은 물론 도발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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