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의 몫으로 돌아간 대북 비밀송금 의혹에 관한 수사의 기본은 어떠한 유보나 제한도 없이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특별검사가 「진실이 곧 국익(國益)」이란 자세로 의혹 속의 대북송금 전모를 낱낱이 밝혀낸 후에만, 이 사실에 대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국익 판단의 기준도 세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같은 특검의 성역없는 수사가 지금까지 권력의 편의적 국익 판단에 의해 왜곡되어왔던 대북관계를 뒤늦게나마 정상궤도로 올려놓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은밀한 부분들을 까발리는 게 현대를 파산 상태로 몰아넣고 남북관계에 치명적 상처를 입힐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오히려 진실을 덮는 불투명성이 장기적으론 현대의 신인도(信認度)와 남북관계를 더욱 위태스럽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남북거래에 관계한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권력실세들이 그들의 행위를 통치권적 차원의 결단이란 구(舊)시대적 보호장치로 가리려 해왔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정파적·비밀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초당적 국민적 합의에서 멀어져갔다. 5억달러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지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과 그 돈이 과연 북한 주민을 위해 쓰여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국민 속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검에 의한 엄정한 수사는 이런 의미에서 불건전한 남북거래 관행에 길들여져온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교훈이 될 것이다.

신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정부도 비밀송금 의혹을 그대로 덮어두는 것은 전(前) 정권의 짐을 자신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나아가 향후 북한과의 어떠한 대화나 협상도 공작적 뒷거래라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 특검 수사에 대해 자발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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