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소위 수퍼 화요일 예선투표 결과를 계기로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민주당의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부시 후보 양자간 대결로 압축되었다. 처음부터 게임이 되지 않았던 민주당 브래들리 후보의 경선 포기는 일찌감치 예견되었던 것이고, 일진일퇴 팽팽한 접전을 벌여온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도 수퍼 화요일 투표결과가 워낙 불리하게 나오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후보선출을 위한 각당의 전당대회까지는 아직 몇 달이 더 남아있지만 그것은 형식과 절차에 불과한 상황이 되었고, 그래서 민주당 고어와 공화당 부시는 벌써부터 11월의 본선을 향한 총력전으로 방향을 바꿨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처럼 고어와 부시간의 대결구도로 결정된 이상 이제 우리의 관심은 이들 두 후보의 선거공약과 국내외 정책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으로 모아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고어와 부시로 대표되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한반도 등 동북아 정책이 과연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 하는 점이다.

크게 보아 부시와 고어 누가 집권을 하든 한반도에 대한 미국 안보공약의 기본틀이 흔들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보수를, 그리고 민주당은 진보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당 모두 중도의 길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 두 후보간의 대북정책에 적지않은 차이가 나타나고 있음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고어 후보의 한반도 정책은 클린턴 대통령의 기존정책을 답습해 대북 포용정책을 계속 밀고나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따라서 고어의 민주당이 계속 집권할 경우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추진엔 별 마찰이 없을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부시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조정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선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공산권 국가들에 대해, 따라서 북한에 대해서 민주당보다 단호한 정책을 취해왔다. 공화당 의원들은 그동안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을 다루면서 지나치게 유화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면서 보다 강공으로 나갈 것을 촉구해 온 것이 사실이다. 11월의 본선까지는 아직도 여러 달이 남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두 후보의 정책도 보다 구체화할 것이다. 정부는 이를 면밀히 추적해 국정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