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각계 원로 인사들이 엊그제 시국선언을 통해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면서 미군철수 반대와 한·미 동맹의 굳건한 유지,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들은 그 구체적 실천으로 오는 3·1절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국민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국정(國政)과 사회활동에서 오랜 경륜을 쌓아 온 원로들의 시국선언에는 국가의 안보와 나라의 앞날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담겨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를 놓고 반미(反美)적 성향의 일방적 흐름만이 부각돼 왔고 이 때문에 침묵하는 많은 국민과 우방국들의 우려가 커져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현재의 한반도 위기는 북한의 무모한 핵개발로 촉발된 것이 명백한 사실임에도 마치 북한정권은 평화를 원하는데 미국이 전쟁을 부추긴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마저 확산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한국에서 반미 시위는 열리면서 정작 핵개발의 장본인인 김정일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듣기가 어려운 현실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원로들의 시국선언은 이 같은 우리 사회 내부의 편향된 시각과 경향에 대해 경종을 울리면서 국제사회에 다수 한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나아가 북한 김정일 정권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주한미군의 용산기지가 내년부터 이전작업에 들어가는 등 한국 내 반미감정의 확산이 주한미군 재배치라는 구체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시점이라 이들의 우려는 더욱 절실해 보인다.

원로들을 중심으로 한 ‘안보우려층’의 이 같은 상황인식과 행동은 국가안보 문제에 관한 우리 사회의 균형감각을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이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고 배척한다면 우리 내부의 갈등은 더욱 커지고 안보는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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