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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팽개쳐진 해외자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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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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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국인 강도납치-살해 사건이 계속 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현지 공관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부처간 공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한심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해외 자국민(자국민) 보호에 우리처럼 무관심하고 홀대하는 일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성싶다. 조선족에 납치된 지 38일 만에 탈출한 무역업자 김수흥(김수흥·34)씨 사건은 그 대표적 사례다. 그는 상하이(상해)에서 납치돼 칭다오(청도)로 끌려갔다. 납치범들이 한국에 있는 부인에게 돈을 요구하자 김씨 부인은 즉각 송파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외교부에 신고하라고 할 뿐 수사에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김씨 부인의 말이다. 김씨 부인이 외교부에 연락했더니 외교부에선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중국으로 연락하라”면서 남의 일 대하듯 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공관도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김씨가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한 후 칭다오 영사관에 신고했으나 영사관측은 “상하이에서 납치당했으니 그곳 영사관에 신고하라”고 했을 뿐 별도의 신변보호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영사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현지의 자국민 보호인데도 그런 책임의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몇년 전 한국계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됐을 때 하원 의원이 직접 북한을 방문해 그의 석방을 교섭할 정도로 미국은 한 사람의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는데 우리는 피랍자가 탈출해 신변보호를 요청해도 나몰라라 했던 것이다.

역시 조선족에게 납치되었다가 18시간 만에 탈출한 조명철(조명철)씨 사건에서도 관련 부처간 협조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지 주재관을 통해 연락하면서도 대사관과 총영사관측에는 ‘수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연락도 하지 않아 현지 대사(대사)조차 사건이 일어난 줄도 몰랐다고 한다. 무슨 사건이든 현지 영사관, 경찰주재관, 국정원관계자 등의 협력은 필수적인데도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나마 늑장대응으로 인해 우리 유학생이나 사업가, 여행객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는 지난 96년 98건에 불과했으나 99년 182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여행객도 연간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당국과 공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당국은 우선 중국당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 적극 항의해야 한다. 그리고 김씨 부인 등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신고를 받은 경찰관, 외교부 직원, 칭다오 영사관 등을 구체적으로 추적해 상황의 전모를 국민들에게 밝힐 의무가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범죄가 조선족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은 우리 여행객 등의 허세와 ‘조선족 깔보기’가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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