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거액 뒷돈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법안과 고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야는 하등 대치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의 국회 관례와 국회법 절차에 따라 두 사안을 처리하면 그만인 것이다.

지금 야당은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보다 특검법안을 먼저 표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이 특검법안 표결을 물리력으로 막을 경우, 그 다음 총리 임명동의안도 제대로 처리될 수 없을 것이란 경고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는 관례상 두 개 이상의 안건이 있을 경우 인사(人事) 안건을 먼저 표결해왔다. 국회법은 별도의 표결에 의해 이 순서를 바꿀 수 있는 길도 열어놓고 있지만, 관례대로 총리 임명동의안을 먼저 표결하는 것이 순리다.

현실적으로 야당 입장에선 ‘이것 들어주지 않으면, 저것도 안 된다’는 연계전략이 가장 효과적인 대여투쟁 수단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새 정부 출범 시점으로써 첫 총리가 내각을 제청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다. 국회의원 각자의 판단에 의해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몰라도 야당의 전략에 의해 총리 임명동의안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이 국회관례를 존중해 총리 임명동의안 선(先) 표결에 응하면 그 다음에 여당도 국회법 규정에 따라 특검법안의 표결처리에 응해야 한다. 이번 특검은 막대한 거액을 남북정상회담 뒷돈으로 북한정권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파헤칠 최후의 수단이다.

검찰, 감사원, 금융감독원 등 책임있는 기관들이 모두 조사를 회피하거나 소극적인 마당이다. 이제 특검이 아니면 정략과 기업이 얽힌 비정상적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여당이 이 의혹을 적당히 뭉개고 덮을 요량이 아니라면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 후에 특검법안 표결절차에 참여하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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