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사설 석연치 않은 ‘남북 어업협력’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0.02.2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지난주 베이징에서 부산·경남 지역 어민단체 ‘전국어민총연합회(전어총)’와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가 회동해서 이른바 ‘남북 민간어업 협력합의서’에 조인했다. 이 합의서에 의하면 향후 5년간 전어총 소속 어선이 원산 앞바다에서 조업을 하며, 어로경비를 제외한 이익을 쌍방이 반반씩 나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전어총이 대북접촉 승인을 받지 않고 임의로 북한측과 합의서를 주고 받은 것이라 했다.

북한근해에서 우리 어선이 조업을 하게 되면 남북한 양측에 모두 득이 되며 남북관계 개선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는 주장은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실제로 어업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해당 수역의 어족자원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그 다음 어종별 어획쿼터를 정하고 입어료(입어료)를 결정하는 등 복잡한 사항에 대해 합의를 보아야 한다. 또한 남북간 문제인지라 어선의 안전귀항 보장과 조업중 어선에 대한 관할권, 우리측의 해상경계(경계)에 미치는 영향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민간어업협력’이라는 것이 이런 점들과 관련해서 얼마나 타당한 과정을 거친 것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우선 어떤 경위로 전어총과 북한측 사이에 연락이 닿아 ‘남북어업협상’이라는 것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부터가 분명치 않다. 통일부가 어민 상호간의 마찰과 실현가능성을 우려해서 대북접촉을 승인하지 않았음에도 전어총은 대북협상을 강행해 버렸다. 그렇다면 ‘남북교류협력법’이라는 적법절차를 밟지 않고도 이제는 누구나 임의로 북측과 ‘협정’을 맺어도 괜찮은 것인지 정부는 분명한 유권해석을 내려야 할 것이다.

북한에는 민간단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민경련도 북한의 정부조직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조직이 전어총을 협상 상대방으로 인정한 점도 짚어볼 일이다. 북측 대표는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한일어업협정으로 어장을 잃어버린 남한 어민들에 대한 숭고한 동포애 차원’에서 어업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의 정부는 무시하지만 민간그룹과의 합작은 자기들만이 주도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 일이 한 어민단체가 정부도 모르게 벌인 자의적인 해프닝인지, 혹은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만일 이것이 전자의 경우라면 적절한 대북정책의 요청상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공식창구가 아닌 통로에서 교섭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남북교류는 필요하지만 어느 경우든 정부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것만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