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회견에서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후보가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를 3위일체로 실천하는 일은 국민전체와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비전에 동의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로, 경제를 알고, 경제정책에 큰 시야를 가진 분이 나와야 합니다. 다음 대통령은 나보다 훨씬 더 세계화되고 격변하는 상황에 직면해야 합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비전과 확고한 정책의지를 갖고, 큰 테두리를 알고 방향을 잡아나가야 합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으나, 대통령이 돼보니 경제를 아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졌습니다.

셋째로, 민족의 운명에 정말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쟁이라도 나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됩니다. 북한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당장 통일되면 북한을 먹여살릴 수 있습니까. 또 (남북간) 정신적 갈등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습니까. 대북문제는 아주 차분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북한이 안심하고 개혁·개방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무력으로 나오면 서해 해전처럼 단호하게 해야 합니다. 우선은 통일이 아니라 냉전종식을 추구해야 합니다. 함부로 ‘통일, 통일’하는 것은 공허한 소리입니다. 지금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남북간) 협력할 시기입니다. 나도 3단계 통일론을 쓴 사람이지만 지금은 협력할 시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을 하늘같이 존경하고 형제·자매같이 여기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은 물러날 때 권한이 다 없어집니다. ‘역사속에서 앞을 보건 뒤를 보건 양심에 거리끼는 일은 한 일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면 좋겠습니다. 비록 능력 부족으로 잘못하거나 실수할 수는 있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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