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大植
/서울대 교수·물리학

우선 기성 세대에 간신히 입성한 사람으로서 사과의 말을 드립니다. 미국 CBS방송의 ‘60분(munites)’프로 내용과 관계없이, 한국인의 절대 다수는 미군의 주둔을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김정일(위원장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군의 주둔 여부와 관계없이, SOFA(한미행정협정)의 개정과 무관하게 그를 추종하는 군대와 싸울 것입니다.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대부분이 젊은 세대입니다. 우리는 젊은 세대 일부에게 생각하는 방법, 스스로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는 방법, 진정한 유머 감각을 전혀 가르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열등감에서 비롯된 잘못된 자긍심만 팽배하게 만들어 놓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우리의 수준을 이해하려면 도움이 되는 한 예가 있습니다. 최근 상영된 007영화를 가지고 젊은 세대가 보이콧 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한국인이라면 항상 외국 미디어에 좋게 나오기를 바라는 유아적인 발상이 눈에 띕니다. 이처럼 우리의 이미지에는 극도로 민감하면서도 우리 자신이 한국인들을, 연변 동포들을, 외국인들을, 특히 피부가 우리보다 어두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며 반대의 상황을 설정해 보는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당신들을 유머스럽게 바보로 표현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웃어넘길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문화적 자신감이 아직은 없는 듯 싶습니다. 007영화에 대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미국에 사는 어글리 코리안에 대한 ‘반한(反韓)’ 영화를 우리가 만들 때, 세계는 우리가 성숙한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젊은 세대의 반미는 약간은 코믹하며 군중심리적 요소가 다분합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북한에 있는 그들의 동포들과는 달리 포경수술을 받았습니다. 미국을 잘못 모방한 것이지요. 또 남들이 하니까요.

미(美)의 기준 역시 군중심리적인 왜곡된 미국 모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좁은 얼굴(미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범죄자의 전형이라고 생각하지요), 좁은 코(영국인들이 좁은 코를 가져서 성격이 더럽다는 농담도 있지요. 콧구멍을 잘 쑤실 수가 없어서요), 그리고 흰 피부입니다(미국에서는 지나치게 흰 피부를 가지면 열등감에 시달리지요).

반미 아니면 친구들에게 욕먹을 것 같아서 모두 반미하는 것, 남들이 주입해 준 생각을 자기의 것이라고 믿는 것, 슬프지만 현재 우리 수준이 아닐까 합니다.

젊은이들을 부추기는 미국 전문가 교수님은 또 어떤가요? 미국 명문대 박사지만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시키려면 헤매고, 물론 미국 친구 한 명 없습니다. 오직 한국에 돌아와서 교수하려는 일념으로 도서관에서만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밤에는 비슷한 한국인들과 모여서 미국을 욕하고요. 그러니 미국을 모르면서 또 싫어할 수밖에요. 그가 젊은이들이 아는 미국 전문가입니다.
김정일이 적화통일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조심할 게 있습니다. 미국에서 불법으로, 공짜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한국 엄마들입니다. 또 미국내의 어글리 코리안들입니다. 이것 때문에 미국이 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진짜 김정일이 바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지요. 미국 공립학교에 가서 “여기 살러 왔다”고 거짓말 하고 방학 동안 영어 배우게 하는 한국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금을 낸 것도, 조상이 미국 독립전쟁 때 싸운 것도 아닌데 불법으로, 공짜로 당당히 다니다가 의아해 하는 순진한 미국인 선생님들을 뒤로하고는 유유히 돌아옵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영어연수한다는 명목으로 반(半) 영구적으로 체재하면서 자식들을 공부시키는 엄마들도 지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공교육의 앞날이 심히 걱정됩니다. 불법 체류 엄마가 아이한테 ‘흑인, 라티노’들과 놀지 말라고 하는 것을 들을 때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불법 체류자가 미국인들을 차별한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또 있겠습니까?

이제 북한 문제로 돌아가지요. 저는 김정일이 부시보다 머리는 확실히 좋고, 한국인이지만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역사상 ‘유례가 적은’ 독재자입니다. 자기 국민을 굶겨 죽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수용소에 넣었습니다.

내가 만일 2차대전 때 독일에 살고 있었다면 히틀러를 암살하려고 음모했던 소수에 끼고 싶습니다. 그가 내 동포더라도요(그는 사실 오스트리아인이었죠).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하려 한다면 적어도 남한인 한 명은 찬성합니다.

김정일의 정신상태를 믿다가 사랑하는 나의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내 나라가 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날이 오기 전에 나는 남한군에 자원입대 할 것입니다. 김정일과 싸울 의사가 있는 남한군에 말입니다.

나는 한국을 사랑하며, 미국에 호의적이지만, 반(反) 김정일주의자입니다.(I am pro-South Korea, pro-America, and anti-Kim Jong 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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