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복분자)란 산기슭 양지에서 자라는 딸기 열매로 식용하거나 음위(음위) 또는 오줌을 자주 누는데 약용(약용)한다. 그런데 복분자라고 붙인 한자이름이 재미있다. 한의학 전문가들은 “이 약초를 먹고 소변을 보면 항아리(분)가 뒤집어진다(복)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말한다. 이 항아리가 뱀장수 입에 오르면 요강이 된다. ▶동의보감에도 “복분자는 남근을 강하게 하고 정액의 고갈과 허약을 치료하며,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한다”고 적혀있다. 복분자의 과즙을 배양한 뒤 누룩을 섞어 숙성시킨 것이 복분자 술이고, 열매를 쪄서 꿀을 타고 녹말을 섞어 솥에 조린 게 복분자 떡이다. 전북 고창 등에서 만드는 이 민속주를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이 북한 김정일의 58회 생일선물로 보냈다고 해서 화제다. ▶정주영 명의로 복분자술 3병과 코냑 3병, 아들 정몽헌 명의로 포도주 1상자와 향수 5병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조총련이 김 부자(부자) 생일 때마다 고혈을 짜내 바리바리 헌납했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남한 기업인이 ‘매판자본 타도’를 이념으로 삼는 북한 권력자에게 술과 향수를 선물했다는 것은 역설인지 희극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하기야 대통령이 “지도자로서의 판단력과 식견을 갖추고 있다”고 ‘정의(정의)’까지 내려 주었으니 보약을 상납한들 누가 뭐라고 시비할 것인가. ▶금강산 관광과 공단진출에 목을 맨 ‘현대’로서는 이미 9억여달러를 주기로 약속한 마당에 술과 향수 몇 병은 새발의 피일지 모른다. 사업가가 돈을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기왕 선물할 바에야 정력에 좋고 향도 나는 물건들을 고르는 것도 ‘아이디어’일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에 대한 선물은 보통사람들의 정이나 선의와는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북한과 김정일을 어떻게 설명할지 곤혹스럽다.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이 중국 땅에서 꽃제비로 떠돌고, 단돈 얼마에 여자들이 팔려가도 속수무책인 북녘땅의 김정일에게 돈주고 생일 선물까지 보낸다면 젊은이들이 군대에 갈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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