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넘어서―21세기 한민족 대항해시대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 전당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장’이자 ‘체험의 공간’이었다.

16일 전시관을 찾은 서울 금옥여고 학생 1100여 명에게 가장 인상깊은 전시물은 북한의 ‘벌 감방’이었다. “어머, 불쌍해라. ” “저렇게 조그만 감옥에 사람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지. ” 폭60cm, 높이 110cm밖에 안되는 작은 공간. 허리를 굽히고 다리를 오무려, 실제로 감옥체험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강신(17·금옥여고2)양은 “일본군 옆에서 힘들게 지게를 지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너무 슬퍼 보였다”며 “힘이 없는 나라는 외세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96년 대령으로 예편한 이춘웅(57)씨는 6·25 때 참전한 군인들의 사진을 확대, 입체적으로 배치한 전시물 앞에서 “이중에는 눈에 익은 분들도 있다”며 “자유를 수호한 이런 분들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지금 우리가 있을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이씨는 전시물들이 대부분 동선(동선)에 따라 한쪽으로 배치돼 있어 관람이 매우 편리하다고 했다.

50대의 한 주부는 김지하 시인의 ‘오적’이 실린 빛바랜 사상계(사상계) 원본을 꼼꼼히 들여다 봤다. 그는 “긴급조치위반으로 수감 중이던 김 시인이 풀려날 무렵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을 읽었다”며 “많은 내용을 잊어버렸으나 지금 그 작품이 최초로 실린 책을 접하게 되다니 반가울 따름”이라고 했다.

/장일현기자 ihj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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