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생일(16일)을 전후한 15~17일은 북한의 공식 경축 공휴일이다. 축하 분위기는 홍콩에서도 느껴졌다.
공휴일 직전인 지난 14일 저녁. 홍콩외신기자클럽(FCC)에서 북한 총영사관 주최 ‘61회 생일 기념’ 리셉션이 거행됐다.

행사 장소가 예년처럼 총영사관이 아니고 주목도 높은 외신기자클럽이어서 그 배경이 궁금증을 낳았다. 언론인보다는 공직자·기업인들을 주로 초청했지만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초청자들도 예상외였다. 홍콩 서열 3위 앤서니 렁(梁錦松) 재정사장 등 고위공직자, 마카오 재벌 스탠리 호, 엠퍼러그룹 앨버트 영 회장 등 뉴스메이커들이 대거 참석했다.

북한 외교관들의 손님맞이 자세 역시 부드럽고 인상적이었다. 초청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기자가 ‘문전박대(門前薄待)’를 각오한 채 “조선일보 홍콩특파원입니다…”라며 이도섭(李道燮) 북한 총영사에게 말을 건넸다. 답은 의외였다. “기왕 왔으면 음식이라도 들고 가야지요….”

하지만 이후 대화는 딱딱했다. “미국과의 핵(核) 협상은?”하고 입을 떼자 그는 다소 높은 톤으로 “우리는 항상 정정당당하게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은 북조선을 기만하고 있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허훙장(何鴻章) ‘에릭호퉁신탁기금’ 회장의 ‘신의주 특구장관’ 내정설 얘기가 나오자 ‘남쪽 언론의 오보(誤報)’라며 불쾌감까지 표시했다. 그는 그 보도를 한 한국의 한 신문을 거론하며 “남쪽 신문 보도가 다 그렇지요. 조선일보도 잘못 많이 했잖아요?”라며 면박을 줬다.

즐거운 날, 웃는 얼굴에 덕담(德談)으로 시작한 대화조차 편하게 이어가기 어려움을 절감했다.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한반도 핵협상 역시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머릿속을 꽉 메웠다.
/ 李光會·홍콩 특파원 santaf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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