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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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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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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최대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새 밀레니엄 첫 호 특집에서 북한 김정일을 ‘21세기 국제사법재판소에 기소될 세계 6대 폭군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폭군’속에는 크메르루주 지도자 키우 삼판,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 등이 들어 있다. ▶신년 벽두부터 이처럼 각광(?)을 받은 김정일이 이번에는 한국 대통령한테서 ‘지도자로서의 판단력과 식견 등을 상당히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북한 지도자에 대해 이처럼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것이 대통령을 인터뷰한 일본 TV의 해설이라 한다. ▶일본 언론의 해설이야 어떻든 이를 접하는 평균 한국인들로서는 그야말로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김정일 스스로 밝힌 대로 ‘인민들이 제대로 먹지도 잘 살지도 못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수백만명이 굶어죽든 말든 몇억 달러씩을 들여 위성을 쏘아 올리는 그의 ‘판단력과 식견’은 북한 지배층의 시각에서는 찬양의 대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어휘로서의 ‘판단력과 식견’은 결코 그런 뜻이 아니다. ▶과거 북측이 무장공비를 보내 청와대를 습격하고 KAL기를 폭파하는 등 도발이 끊임없던 시절에는 북한 지도자에 대한 표현이 “미친 개는 몽둥이로 때려야…”로 압축돼 통용됐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햇볕시대’로 들어선 오늘날 북한지도자는 드디어 남쪽 대통령에 의해 ‘식견있는 이’ 수준으로 격상됐다. 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과연 대통령의 진심인지 아니면 전략적 발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언급이 남북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라면 이렇게 김정일 비위나 맞추는 ‘칭찬’ 한마디로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금강산 관광대가로 엄청난 달러를 갖다 주고 있는 현대의 정주영(정주영) 명예회장은 서울에서 김정일을 ‘효심많고 예의바른 장군님’이라고까지 극찬했었다. 이제 김정일은 남쪽에서도 ‘지도자’로 떠오르는 모양이다. 격세지감이란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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