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춘(이재춘) 주(주) 러시아 대사(대사) 내정자가 7일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내용은 그가 과연 우리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외교관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한 나라의 외교관은 그 국가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언행에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외교관으로서 대단히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해 국민을 실망시켰다. 그는 “탈북자 문제는 늘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며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대화와 교섭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러한 그의 말속에서 문제해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발견할 수가 없다. 탈북자 문제는 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또 탈북자 7인의 강제송환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절차적으로 섭섭하게 한 것은 사실이나 너무 과민대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이들의 강제송환은 우리 외교사에서 씻을 수 없는 수치의 기록이다. 유엔 난민고등판문관실이 이들에 대해 난민판정을 했고 러시아 외교당국이 이들의 한국행 비자까지 발급했으나 이 과정에서 북한이 개입하면서 이들의 한국행은 저지되고 도리어 중국으로 넘겨졌던 것이다. 나아가 중국은 우리 외교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북한으로 송환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외교당국은 철저히 농락당했으며 북한과의 외교전에서 여지없이 참패했다. 그런데도 해당국에 부임하는 대사가 탈북자 문제를 비롯한 외교현안에 대해 몸과 마음을 던지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보이기는커녕 “과민대응은 곤란하다”고 말한다면 해당국에서 그를 어떻게 볼지, 민망하고 창피스럽다. 러시아가 ‘줏대없이 미리 기고드는’ 대사(대사)를 제대로 대접해줄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러시아나 중국은 힘센 나라다”라는 그의 발언은 강대국 외교를 아예 포기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그곳에 파견된 외교관은 자기나라 국가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해당국과 평소에 부단한 접촉과 교류를 통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자기나라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대만의 대미(대미)외교 등, 약소국이 강대국과의 외교에서 성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대만이 약소국이기 때문에 강대국 외교를 체념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의전외교(의전외교)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석을 떠는 땜질외교는 외교가 아니다. 외교관은 진정한 프로가 되어야 국익을 지킬 수 있다. 안되는 일도 되게 만들려는 것이 외교이지, 처음부터 아예 ‘눈치’나 보자는 것이 외교일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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