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나온 의원들의 한국 관련 발언은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다. 특히 “새 한국지도자는 주한미군 주둔을 원치 않는 것 같다”는 주장은, 지금 한·미 양국 사이의 오해와 불신이 어느 수준인가를 실감케 한다.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하고, 일부 병력을 감축하려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것은 한국 정부나 노 당선자측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대비책을 내놓기는커녕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노 당선자는 그간 몇 차례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필요성 등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직접 특사단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 동향은 이 같은 노력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노 당선자는 심상치 않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관계를 풀어갈 진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현 상황은 단지 일부 언론이 ‘뻥튀기’하거나 괜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섣부른 주한미군 축소나 재배치 논의가 자칫하면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한미군이 감당하고 있는 안보비용을 우리가 떠맡게 될 경우 예상되는 경제적 부담도 크지만, 미군 축소나 재배치 등에 따른 안보 불안감이라도 확산될 경우 그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관계를 복원하려면 우선 노 당선자는 괜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말을 삼가야 한다. ‘민족적 자존심’을 강조하는 노 당선자의 발언이 국내적으로는 일부 효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동맹관계에서는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관계를 보는 관점은 국익(國益)이라는 현실적인 기준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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