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은 13일(현지시각) “북한의 테러 문제 처리의 주안점은 과거 테러 행위의 응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테러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는 것”이라고 밝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 위한 조건으로 KAL기 폭파사건 등 북한의 과거 테러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이날 워싱턴 주재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정부는 미·북간 테러문제 협의시 KAL기 사건, 랭군 폭파사건 등과 관련한 북한의 공식사과나 해명을 요구할 것인가”라는 요지의 질문에 “일본도 과거 실종자 문제 등을 미·북 협상시 테러 지원국 해제의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남북간 테러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양자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신 나간 외교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원희룡(원희룡)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KAL기 폭파와 아웅산 테러 희생자들과 그 가족이 통곡한다”며 “이는 향후 발생할 북한의 테러를 미리 공인해 주는 발상으로, 현정권은 남북 정상회담에 집착해 정신 나간 발상만 궁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국당 김철(김철)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는 북한이 설사 테러 포기 선언을 해도 북의 테러 전과에 대해 반드시 책임자를 규명하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현정부는 간첩을 석방하고 현금으로 북을 돕더니 이제는 테러도 눈감겠다고 한다”고 비난하고 이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양상훈기자 jhyang@chosun.com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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