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민간기업들의 대북(대북)교류 대가로 현금 대신 현물을 지급토록 한 것은 잘 한 조치다. 정부는 올 들어 사회-문화분야 대북 교류 협력사업을 신청한 5개 업체에 대해 현금 대신 생필품이나 비료 등을 주도록 조정명령을 내렸다. 우리가 북한에 지급하는 달러가 군사비나 김정일 독재 강화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조치는 진작부터 내렸어야 할 것이었다.

그동안 정부가 대북 교류의 현금 지급에 대해 아무런 제동을 가하지 않는 가운데 그 돈의 군사비 전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작년 8월 북한이 카자흐스탄으로부터 미그기 38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지급한 달러의 군사비 전용 의혹이 국제문제화되었으며, 일본 등에서의 미사일 부품 도입에도 우리 돈이 전용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나왔었다. 남북교류 활성화로 김정일의 비자금 규모가 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이 남북교류를 중단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금강산 관광 대가도 전액 현금으로 지급키로 현대와 북한간에 계약이 체결되었다. 현대는 오는 2004년까지 주기로 한 9억4200만달러 가운데 작년 12월까지 이미 2억600만달러를 지급했는데 이 돈이 우리에게 미사일이 되어 날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 뿐만 아니라 이미 체결된 계약도 모두 현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남북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데 있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인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현물 지급을 확고한 방침으로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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