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이 그러했듯이 21세기 역시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조지프 나이, 존 내스비트, 새뮤얼 헌팅턴, 앨빈 토플러 등 쟁쟁한 국제정치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이 우선 그렇다. 미국의 경제-군사력, 그것을 뒷받침하는 첨단 과학기술과 제도적 우월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미국에 대적할 세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독주가 이처럼 확실하다고 볼 때 국제사회의 관심사는 자연히 ‘미국의 세기’를 이끌 백악관의 주인으로 어떤 사람이 등장할 것인가 하는 점에 모아진다. 마침 24일(한국시각 25일 오전 10시)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코커스)를 시작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 대장정이 막을 올림으로써 미국은 온통 선거열풍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새로운 세기를 이끌 ‘세계 대통령’을 뽑는다는 엄청난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경제적 호황 때문인지 이렇다 할 ‘싸움거리’가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도자의 윤리-도덕성, 가정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 교육문제 정도가 주요 선거이슈로 등장하고 있을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덕을 보고 있는 후보가 공화당의 부시 2세인 것 같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대로 부시 2세가 백악관 입성에 성공할 경우 가장 신경을 쓰게 될 국가들 가운데 하나는 한국일 것이다. 부시 자신은 물론 그의 외교참모들의 면면으로 볼 때 미국 행정부의 동북아, 대북정책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시 후보의 대외정책 참모인 콘돌리사 라이스 스탠퍼드대 전 부총장과 로버트 졸릭 전 국무차관이 격월간인 포린어페어즈 1,2월호에 기고한 ‘부시외교’의 방향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기고문은‘중국과 북한에는 채찍질을, 일본엔 협조를’로 요약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어떤 식으로든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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