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S 스펙터
/미국 몬터레이 비핵확산연구소 부소장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가속화하면 할수록 비극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길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북한이 현재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비극적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연말쯤 되면 그들의 수중에 4~6개의 핵무기가 있게 될 것이고 ‘핵 보유국’이라는 점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핵실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는 한편 북한은 영변의 원자로를 사용해 매년 핵폭탄 1개씩을 늘려갈 것이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결실을 볼 때가 되면 더 많은 핵무기를 갖게 될 수 있게 된다. 일본을 위협하는 노동 미사일과 종국적으로는 미국을 위협할 대포동2호 미사일이 핵무장하게 되고 이란과 이라크 혹은 테러 조직들에 대한 무기 판매가 뒤따를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을 위해 이 같은 결과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의 방지를 위해 어떤 선택들이 남아 있을까?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와 리처드 루거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누구보다도 강하게 부시 행정부에 대해 평양 당국과 직접 대화를 시작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협상은 그것만을 추진할 경우에는 더 이상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미국이 대규모 경제지원이나 불가침 협정 등 양보를 제안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간다면 그것 자체가 곧 미국이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며 또 나약한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대화를 시작하면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까지 그런 양보안을 검토할 수 없다”고 거부한다면 그 협상 또한 이내 중단되고 말 것이다.

어떤 경우든 북한은 중요한 핵 무기고를 향한 전진 속도를 낮출 이유가 없다. 북한은 영변의 저장고에서 폐연료봉을 옮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는 다음 단계 작업을 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은 핵 능력을 축적해 가는 동시에 미국과 핵 프로그램 제거를 논의하는 ‘대화와 투쟁’ 협상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사태의 주도권을 다시 쥐고 북한이 핵 프로그램 종식을 더 지연시킬 경우 매우 심각한 대가를 지급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핵무장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하면서 어떤 협상이든 병행해야 한다.

페리는 당시 북한 핵시설에 대해 즉각적인 선제 공격을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지금 워싱턴에 대해 1994년 위기 때처럼 전반적인 협상 전략의 일부로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 부시 행정부는 평양에 대한 압박을 증강시킴으로써 그런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암시가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향후 조치를 위해 2월 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사찰 거부 안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양으로서는 이것이 1994년 사태 당시와 같이 국제적인 제재를 향한 첫 단계로 보일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이 지역에서 병력을 증강시키고 있으며 의도적으로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을 흘리고 있다. 부시 행정부 대변인은 병력 증강이 미국이 이라크전에 몰두하는 동안에 있을 수 있는 평양의 모험주의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향후 몇 주 내에 워싱턴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한다면 미국의 군사 행동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란 추가 경고를 해야 한다. 걸프 지역에서의 분쟁이 다가올수록 이 같은 일은 쉽지 않을 것이나 협상이 성공할 것이란 어느 정도의 희망을 가지려면 필수적이다.

또한 서울의 새 정부와 도쿄의 지도자들이 향후 수개월 내에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는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 전쟁위험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런 전략의 재조정을 위한 시간은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압박전술 없이는 동북아시아는 변덕스럽고 매우 위험한 신규 핵 보유국의 출현에 곧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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