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노무현 당선자 특사단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특사단이 당초 기대했던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 면담 여부가 특사단 활동 평가의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달 방한한 미국 특사단이 노 당선자를 면담했고, 북한 핵 위기와 심상치 않은 한·미관계 등 전후 상황을 감안할 때 부시 대통령 면담 불발은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다.

그리고 세간의 시선이 이같은 점에 쏠리는 까닭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다. 노 당선자가 늘 ‘수평적이고 대등한 한·미관계’를 강조해 왔기에 특사단이 무슨 활동을 했느냐 하는 것보다 누굴 만났느냐 같은 형식적 균형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미국측 역시 비록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했다면 면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번 특사단이 방미 목적에서부터 혼돈된 인식을 보였다는 점이다. 특사단은 ‘협상’을 위해 미국에 간 것이 아니라, 미래 한·미관계에 대한 노 당선자의 청사진과 의지를 전하고, 이에 대한 미국측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 노 당선자와 부시 행정부와의 첫 인연을 여는 역할인 만큼, ‘노 당선자 세일즈’와 부시 정부의 ‘본심(本心)’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어야지, 종종 개별 현안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유감이다.

결국 이번 특사 활동에서 또 한번 ‘외교적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낸 셈이다. 노 당선자가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직업관료는 물론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구하면서 인재풀을 확대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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