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현재 정치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므로”라고 수사 유보의 이유를 달았는데, 과연 정치권의 어느 구석에서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은 “꼬치꼬치 밝힌다고 하다가…북한이 너 죽고 나 죽고 하는 식으로 나올지도 모른다”면서 “진상을 규명해도 실익이 없다”고까지 했다.
검찰은 또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진상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것을 덮어두는 것이 국익에 도움된다는 주장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얘기인지 알고 싶다. 사실이 밝혀진 뒤에야, 국민들은 과연 그 뒷거래가 ‘통치행위’로 볼 수 있는지 또는 정권 차원의 뒷돈 대기였는지 판단할 근거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말 한마디에 검찰이 즉각 빼든 칼을 접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검찰이 진실로 개혁대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일개 검찰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이같은 모멸적 발언에 대해 대꾸 한마디 없는 검찰에 국민들은 허망함을 느낄 따름이다.
이제라도 의연히 수사를 재개하는 것이 ‘권력의 시녀’니 ‘정권의 하수인’이니 하는 손가락질로부터 검찰이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다. 수천억원의 국민 돈이 빼돌려지는 것을 보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검찰이라면, 검찰청에 잡혀온 도둑들이 “뭐 잘못했냐”며 대들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