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對北) 뒷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유보 결정은 검찰과 정치권이 맺어온 불유쾌한 관계가 향후 5년간 다시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고인 것 같아 개운치 못하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새로운 5년이 시작되는 도입부에서 또다시 이런 구태의 반복을 목격하면서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된다.

검찰은 “현재 정치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므로”라고 수사 유보의 이유를 달았는데, 과연 정치권의 어느 구석에서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은 “꼬치꼬치 밝힌다고 하다가…북한이 너 죽고 나 죽고 하는 식으로 나올지도 모른다”면서 “진상을 규명해도 실익이 없다”고까지 했다.

검찰은 또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진상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것을 덮어두는 것이 국익에 도움된다는 주장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얘기인지 알고 싶다. 사실이 밝혀진 뒤에야, 국민들은 과연 그 뒷거래가 ‘통치행위’로 볼 수 있는지 또는 정권 차원의 뒷돈 대기였는지 판단할 근거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말 한마디에 검찰이 즉각 빼든 칼을 접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검찰이 진실로 개혁대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일개 검찰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이같은 모멸적 발언에 대해 대꾸 한마디 없는 검찰에 국민들은 허망함을 느낄 따름이다.

이제라도 의연히 수사를 재개하는 것이 ‘권력의 시녀’니 ‘정권의 하수인’이니 하는 손가락질로부터 검찰이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다. 수천억원의 국민 돈이 빼돌려지는 것을 보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검찰이라면, 검찰청에 잡혀온 도둑들이 “뭐 잘못했냐”며 대들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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