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 송금 의혹은 검찰이 수사를 사실상 포기한 이상 이제는 특검(特檢)이 진상을 규명하는 수 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국익’을 위해 수사를 유보했다지만 진짜 국익은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지금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앞으로 남측의 모든 대북 포용전략은 항상 정치적 음모설·공작설의 부담을 지고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 남북관계의 잘못된 부분을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북측의 남한에 대한 오판과 뒤틀린 전략은 완전히 고질화될 것이다.

밝혀야 할 진상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얼마의 뒷돈을, 어떻게 북에 보냈느냐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대중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가 사건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김 대통령이 비밀송금의 총지휘자인지, 아니면 고무·지원 차원이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돈을 보낸 목적이 집권측 주장처럼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당시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이용하고 노벨상을 타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도 가려야 한다. 아직 진상은 불확실하나 집권측이 총선 3일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발표한 것은 거기에 설사 일정한 충정(衷情)이 있었다 하더라도 결정적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과 새 정권은 ‘검은 뒷거래라도 하지 않으면 전쟁’이라는 식의 과장된 도식은 이제 그만 사용했으면 한다. 뒷돈까지 대준 ‘DJ식 햇볕정책’의 결과가 고작 북한의 비밀 핵무기 제조와 한반도 위기 조성이었다면 세상에 그런 역설이 또 있을 수 없다.

뒷돈 규모도 현재 2억달러만 드러나 있지만 야당은 5억달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현대전자 자회사 매각대금 1억달러가 증발되기도 했다.

새 정권 관계자의 말처럼 국가정보원이 돈을 세탁하고 북으로 송금한 주역임이 사실이라면 국정원 역시 근본적인 수술을 하지 않는 한 국민의 불신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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