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동포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시민연합’은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몇 안되는 시민단체의 하나다. 이 단체는 외로운 등대처럼 지난 96년부터 우리 사회와 세계를 상대로 북한의 인권실상에 대한 희미한 불빛을 비춰오고 있다. ▶‘시민연합’이 국제사회에 던지는 ‘불빛’은 ‘생명과 인권’이라는 영문판 계간지로 전세계 1000여 개인과 단체에 보내며 국내에는 ‘뉴스레터’로 매달 발간된다. 최근 발간된 뉴스레터에는 우리가 그동안 궁금하게 여겨왔던 북한 송환 탈북자들의 운명이 어떤지가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4명의 증언자들은 대부분 임신부들이었다. ▶29세 된 이모씨는 탈북 5개월 만에 임신 4개월 상태에서 중국공안에게 붙잡혀 북한에 송환돼 탈북자집결소로 끌려갔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중노동과 고문, 그리고 끝도 없는 총화교육에 시달렸다. 한 끼에 풀떡 한 개로 연명하기가 어려워 개구리 등 동물을 닥치는대로 잡아 먹는 일은 보통이다. 그래도 배고픔이 해결되지 않아 여자집결소에서는 남자 안전원을 찾아가 옷을 벗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함흥집결소에 수용된 한 임신부가 해산을 하기 위해 병원에 갔을 때 그곳 안전원이 중국 남자와 관계해 생긴 아이를 낳는 것은 단일민족의 수치라며 의사에게 죽이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탈북한 후 중국에서 한국인이나 기독교인과 접촉한 사실이 밝혀지면 모두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거나 총살한다고 했다. 작년 10월 2일엔 중국에서 인계받은 탈북자 37명 가운데 17명이 교인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두만강가에서 총살당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이 또다시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할 수밖에 없는 정황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탈북자 문제는 ‘조용히 해결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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