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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 그 사람 때문에 끌려간 사나이
강철환  |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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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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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북한의 젊은이들 속에서는 정체불명의 노래들이 불려 지기 시작했다. 이런 노래들은 중국연변의 조선족교포들의 노래로 대부분 소개 되는데 나중에 알고보면 이들 노래는 거의 남한노래였다.

10대나 20대초반의 젊은이들은 어느 사회든지 모험심은 강하다. 북한의 젊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딱딱하고 수령우상화 노래 일색인 북한노래에 신물이 나있던 젊은이들에게 남한의 사랑노래는 마약처럼 헤어날 수 없게 그들의 가슴속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 북한전역에 내려진 포고령

젊은이들이 집단적으로 모여있는 북한의 청년돌격대는 북한의 여러분야에 어려운 건설현장을 다니며 온갖 궃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집단이기 때문에 유행이 빠르고 특히 새로운 노래는 그 어느 곳보다 빨리 전달된다. 북한노래와는 잘 어울리지 않던 기타가 남한노래와는 왜 그렇게 잘 맞는지 ‘당신은 모르실 꺼야’, ‘사랑의 미로’, ‘사랑해 당신을’, ‘개똥벌레’와 같은 노래를 감정을 잡고 기타를 치는 남자들은 북한처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따라서 기타를 잘 치고 이런 노래를 많이 아는 젊은이는 단연 인기가 높다. 북한노래만 할줄아는 사람은 촌놈이고 그래도 남들이 모르는 멋있는 노래(남한노래)를 많이 아는 사람이라야 머리가 깨어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김일성 생전에 평양광복거리 건설현장에 동원된 청년돌격대원들이 저녘에 일 끝나고 퇴근하면서 ‘노란셔츠 입은 사나이’를 집단적으로 목소리 높이 부르며 지나가는 것을 김일성이 듣고 노발대발해 그 다음날에 (1990년 11월경) 전국적으로 포고령이 내려왔다.

그 포고령 내용인즉 남한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란셔츠입은 사나이’, ‘당신은 모르실 꺼야’ 등 가장 많이 퍼져있는 노래 제목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이 노래를 부르거나 유포시키는 자는 최고 총살형에 처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런 노래를 모르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대체 무슨 노래길래 저렇게 난리법석일까' 라는 궁금증이 더해져 오히려 그 노래들이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겁없는 젊은이들의 반항이라고 할까. 무시무시한 포고령도 그들을 막을 순 없었다. 그때부터 많은 젊은이들이 남한노래 때문에 아까운 청춘을 바쳐야 했다. 강제수용소로 노동교화소로 죽거나 반병신이 되도록 두드려 맞는다. 매맞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가 크게 돼 국가안전보위부에 끌려가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인생이 끝장나는 것이다.

◆ 젊은이들의 오락회

1989년 평양통일거리 건설장에 동원되었던 함경남도 함흥시 소속 돌격대원들의 숙소는 평양역 앞 인쇄공장 뒤편에 마련된 아파트식 건물이었다. 일이 끝나거나 휴식도중에 젊은이들은 자주 오락회를 가진다. 게임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그중 인기 있는 것은 기타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가 가장 인기가 좋다.

돌격대원 한○○는 동료들의 열화 같은 응원을 받으며 앞으로 지명되어 나갔다. “못 부르면 쫄 장부”동료들의 성화가 불같다. 마침내 그가 부른 노래는 ‘당신은 모르실 꺼야’였다. 노래를 꽤 잘하는 친구여서 노래가 끝나자 박수와 함께 “재청”“재청”동료들은 다시 그를 몰아세웠고 동료들의 열화 같은 성원에 힘입어 두 번째로 부른 노래는 “신사동 그 사람”이었다. 그 노래 역시 대히트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듣고 있던 사람 중에 보위부 요원이 있었다. 이 요원은‘당신은 모르실 꺼야’는 중국 조선족 노래이겠거니 했는데 ‘신사동 그 사람’은 왠지 한 건 잡은 느낌이 들었다. 신사동은 북한에도 없고 중국에도 없는데 대체 그곳이 어디냐며 노래의 출처를 캐어 남한노래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그 보위부 요원은 그 청년을 연행했고 그 이후 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신사동 그 사람이 그를 결국 영원히 볼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이후에 다른 친구들이 붙잡혀 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보위부의 모진 고문에도 불지 않고 의리를 지킨 것 같다. 돌격대원들은 그 친구가 잡혀간 이후로는 공식석상에서는 절대로 남한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잡혀간 친구의 불행한 전철을 다시 밟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믿을만한 사람끼리 모여 술한잔하거나 놀 때에는 어김없이 남한노래가 흘러나온다. 남한노래가 이렇게 확산되자 ‘사랑의 미로’와 같은 노래는 가사를 북한 식으로 바꾸어 버렸다. 이 노래는 김정일이 좋아했다는 소문도 있다. 결혼식은 북한에서도 가장 중요한 집안의 행사이다. 친구들은 물론 직장, 동네사람들이 모두 모여 축하해준다. 첫시작은 ‘김일성 장군의 노래’로 시작되어 ‘수령님 만수무강 축원합니다’로 끝난다. 그런데 그 중간은 거의다 남한노래가 판을 친다. 이는 북한노래는 이미 주민들의 마음속에 껍데기만 남았고 남한노래들의 북한주민, 특히 젊은이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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