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에 대한 연구와 월북 시인의 작품 발굴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각종 북한 관련 세미나는 물론이고, 문예지들도 앞다투어 북한관련 특집과 발굴 작품 등을 게재 중이다. 특히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면서 정지용 등 월북 시인의 유족이 보도된 후 그들의 작품 활동, 그리고 최후의 모습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계간 ‘시와반시’는 겨울호에서 ‘북한의 시와 시인들’이라는 특집 기획물을 싣고, 윤여탁(서울대교수), 김용락(시인), 신범순(서울대교수), 박승희(문학평론가)씨 등의 비평문을 게재했다. 월간 ‘현대시학’도 지난 9월호부터 ‘통일시대의 우리 시 전망’이라는 연속기획을 통해 북한 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계간 ‘실천문학’ 겨울호는 문학평론가 김재용(원광대교수)이 발굴한 월북시인 오장환의 ‘모쓰크바의 5·1절’ 등 6편의 시를 실었으며, 오장환의 시 전집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계간 ‘문학동네’도 ‘사회적 외방인의 낭만적 허영’이라는 문학평론가 유종호(연세대교수)의 글을 통해 오장환의 월북 전(전) 시집 ‘성벽’ ‘헌사’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 같은 최신 흐름과 함께 김윤식(서울대) 권영민(〃) 이선영(연세대) 서연호(고려대) 임헌영(중앙대) 김재용 등 국문학자 6인이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통일문학전집 간행 작업도 착착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문학평론가 박태상(한국방송대)교수는 최근 ‘새로 발견된 북한 〈서정시 선집〉(1955) 연구’라는 논문에서 광복 이후부터 50년대 전반까지 월북 시인들의 동향과 당대 북한의 사회현실을 분석하고 있다.

박 교수는 “광복 직후 북한 문단은 무엇보다 소련과의 친선을 강조하고 국제주의를 예찬하는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청주의 ‘고인쇄출판박람회’에서도 많은 북한시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월북한 기존 카프계열 작가들인 임화 박팔양 박세영 리찬, 30년대 중반 이후 문단에 나온 민병균 김우철 안룡만 김북원 오장환 조벽암 이용악 백석, 그리고 새로 문단에 나온 김순석 리맥 김상오 강승한 김광섭 정문향 정서촌 등의 동향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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