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는 엊그제 TV토론에서 “(한·미) 작전지휘권과 상호방위조약, 주둔군지위협정(소파) 등에 문제를 제기할 만한 많은 문제가 있다”며 “5년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할 정도로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관계를 어떤 방향으로든 크게 수술하겠다는 중대한 발언인 셈이다.

비록 북한위협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국민들이 평화에 대한 안정감을 가질 때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적잖은 문제들을 갖고 있다.

우선 한·미관계를 보는 노 당선자의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 ‘자주 의식’을 강조하는 노 당선자의 말은 한·미 동맹관계를 ‘상호 필요에 따른 협력관계’로 생각하기보다는 한국을 종속적 지위에 두는 불평등 관계로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필요’ 때문에만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남북 군사대치나 주변 4강과의 관계, 군사·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할 때 그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는 쪽은 한국이다. 그런데 상호방위조약에서 “문제가 있다”고 한 대목이 뭔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채 그냥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적확(的確)한 방식이라 하기 어렵다.

한·미 상호방위 조약과 그에 따른 안보동맹이 시대적·군사기술적 변화에 맞춰 개선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맞지만, 그것은 한·미 동맹을 개선·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철저한 국익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미 양국 지도층과 국민,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토와 협의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 당선자는 앞으로 대북·외교관련 발언에 보다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이미 노 당선자가 TV토론에서 밝힌 ‘미국 내 대북 선제공격 발언’에 대해 미국 백악관이 반박했고, 가와구치 일본 외상에게 대북 중유 공급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단순한 정치인이 아닌,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적 발언은 메시지 못지 않게 그것을 전달하는 형식과 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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