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계속된 제2차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남한측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북한은 교환방문 시작 전 장충식(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비난했고, 상봉 과정에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 은덕’을 유난히 강조했으며, 공동취재단의 일원이던 조선일보 기자를 억류하는 등 정치선전을 강화했다. 북한은 현재의 대남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기에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일까. 이에 관한 남한내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양하다.

우선 북한의 의례적인 선전·선동이라는 분석이 있다. 고유환(고유환) 동국대 교수와 이종석(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장군님 은덕’ 등은 북한으로선 의례적인 인사말 같은 것”이라며 “이것만으로 이산가족 상봉과정에서 북한이 1차 때와 달라졌으며 다른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연세대 문정인(문정인) 교수도 “정치선전 강화가 체제불안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외부로 나온 것 자체가 체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체제선전과 과시용이란 분석도 나왔다. 제성호(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이산가족 교환방문으로 북한 체제의 동요가 북한 당국에 의해 감지됐던 것”이라면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광폭(광폭)정치, 인덕(인덕)정치로 인해 상봉이 가능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반면에 북한내의 체제 불안이 반영된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대 유호열(유호열) 교수와 권민웅(권민웅) 전 북한문제조사연구소장은 “이산가족 상봉으로 인해 그들의 우상화 체제가 위협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사상 강화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남한내의 비판 수위를 억제하고 기선제압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영수(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체제 유지와 선전이라는 이중적 측면이 다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이 이산가족 교환방문으로 체제의 위기를 느껴 이산가족 사업에서 발을 빼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송영대(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은 “장 총재 비난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기자 억류 등을 볼 때 이산가족 사업을 중단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예상에 대해 이들의 견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속도조절은 있겠지만 단절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즉 북한 입장에서는 남측의 경제지원이 절실하고, 특히 미국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북한은 남한을 징검다리 삼아 새롭게 대미관계 정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남북관계 진전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으리란 것이다.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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