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외교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부적절한 입씨름이 계속돼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이 어제 한나라당 북핵 방미조사단 발표를 비판하면서 언론이 그런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도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다.

지난 13일 한나라당 방미조사단은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한·미간의 이상기류를 포착했다는 나름의 소감을 발표했다. 노 당선자측은 이같은 발표에 대해 ‘당리당략에 따라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노 당선자측이 이런 유감을 갖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있다고 이해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지금 야당이 정부와 다른 채널로 민감한 대미(對美) 문제를 다루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노 당선자측이 “욕설에 가까운 일방적 주장을 검증, 확인없이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라고 보느냐”고 한 대목은 수긍할 수 없다.

한나라당 방미조사단의 발표는 그것이 잘 되었든, 잘못 되었든 마땅히 보도돼야 할 사안이다. 독자와 시청자들은 야당의 눈으로 본 미국 현지의 상황이 어떤지를 알고싶고, 알 권리가 있다.

그런 다음에라야 “야당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비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노 당선자측이 한나라당 발표에 대해 “비판이 아니라 욕설”이라고 한 것도 과민반응이다. 한미간에 이상기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노 당선자에 대한 욕설이라는 도식은 납득하기 어렵다.

어제 일본의 모리 전 총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벌인 공방도 부적절했다. 한나라당이 일본 총리 특사의 비공개 발언을 정확하지도 않게 공개해버린 것이나, 노 당선자측이 주한 일본대사관이 한나라당에 항의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 등은 지극히 비(非)외교적인 행태로, 전형적인 ‘정쟁을 위한 정쟁’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나라의 위신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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