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지난달 21일 황장엽(황장엽)씨와 함께 국정원측의 ‘활동제한 조치’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던 김덕홍(김덕홍·사진)씨에게 ‘사과 편지’ 작성을 요구하고, 국정원 밖의 안전가옥으로 나가줄 것을 요구해, 또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김씨는 1일 오전과 오후 두차례 기자와의 통화에서, 11월 30일 밤 국정원의 간부 등이 ‘성명 파문을 마무리짓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협의’하면서, ‘사과 편지’ 작성과 함께 국정원 밖 안전가옥으로 나가줄 것 등을 요구했으나,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같은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김씨 주장(오전 통화)

“어젯밤(30일) 국정원 담당 간부와 만나 앞으로 사업(북한 민주화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여기서 그는 ‘이번 사건으로 정부와 국정원에 피해를 주었으니 두 사람을 대표해 김 회장이 국정원장 앞으로 잘못했다는 편지를 써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 못 쓴다고 했다. 그는 또 나에게 북한 민주화 사업을 하려면 (국정원) 밖의 안전가옥에서 하라고 했으나, 나는 시내 안가는 일반 가옥과 마찬가지로 안전하지 못하다며 거절했다.

현재 탈북자 동지회에는 통일정책연구소(이사장 황장엽) 소속 3명이 임원으로 있다. 이 사람들은 내가 임명했다. 그런데 국정원측은 앞으로 이 사람들을 자신들이 지정하는 원만한 사람들로 바꾸겠다고 했다. 나는 안된다고 했다. 국정원은 또 앞으로 탈북자동지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습자료를 만들 때 우리가 원고를 쓰면, 인쇄해서 책으로 만들어 회원들이 볼 수 있도록 지원해 주겠다. 그러나 강습이 끝나면 모두 회수하겠다고 했다. 이것도 말이 안된다고 했다. 화를 내니 그쪽에서 다시 토론하자고 했다. ”

◆국정원 고위관계자 설명

“마치 우리가 황장엽과 김덕홍을 내몰려고 하는 것 같은데 사실이 그렇지 않다. 정보위원회에서 두 사람 문제가 마무리됐으니, 어제 김덕홍씨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잘 해보자는 뜻에서 여러가지 이야기했다. 토론과정에서야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나, 사과를 요구한 적은 없다. 실무자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다만 실무자들과 탈북자동지회 김모씨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조금 부딪힌 것은 있어도, 김덕홍씨와는 그런 일이 없었다. 이제 모든 게 잘되는 상황으로 접어드는데 마치 언론에 또다시 마찰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면 곤란하다. ”

◆김씨 설명(오후 통화)

(목소리는 오전 통화 때 다소 격앙된 느낌을 갖게 했던 것에 비해 약간 가라앉아 있었다. )

“어젯밤 담당 간부가 우리가 잘못했다는 편지를 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쓰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일을 결속(마무리)하려면 써야한다고 했다. 나는 ‘무슨 잘못을 했다고 쓰는가’고 반문했다. 또 국정원 안에 있겠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국정원측에선 바깥 쪽의 안가를 거론했으나, 거기서 단신으로 보호받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 민주화가 끝나기 전에는 국정원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 문제는 잘 토론되고 있다. 국정원측에서 입장을 정리해 올 것이니 결과가 좋게 날 것이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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